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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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 그렇게 텔레비전을 가까이에서 보면 눈 나빠진다!”
2.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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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년간 안과 전문의로 일을 하면서 ‘잘못된 상식으로 인해 평생을 시력장애로 고생하는 분’들을 보게 되었습니다.
이 중 대표적인 질환이라 할 수 있는 것이 ‘약시’이며, ‘안경’은 약시를 치료할 수 있는 좋은 방법 중 한 가지입니다.
하지만 어떤 어린이는 가정 형편이 어려워 필요한 시기에 안경을 착용하지 못하는가 하면,
어떤 어린이는 보호자의 안경에 대한 오해로 안경을 착용하지 못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모습들을 보면서 ‘안경에 대한 오해를 풀어주고,
생활 환경이 어려운 분들께 어떻게 하면 안경을 지원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던 중 안산시 드림스타트를 알게 되었으며,
안산시 드림스타트와 결연을 맺고 안경지원사업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본 사업을 진행하면서 안산시 드림스타트 가족 분들의 정성에 제 마음이 따뜻해질 수 있었으며,
또한 환한 미소로 감사의 인사를 하는 어린이의 모습에서 밝은 내일의 희망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글 역시 약시에 대한 올바른 이해 및 안경에 대한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작성을 하게 되었으며,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작으나마 희망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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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너 그렇게 텔레비전을 가까이에서 보면 눈 나빠진다!“
아이가 자꾸 텔레비전을 가까이에서 보려고 할 때에는 눈이 나빠지기를 걱정하기 전에, 혹시 잘 안보여서 TV 앞으로 다가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해보진 않으셨나요?
이런 경우에는 어린이의 시력발달이 정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진료를 하다보면 약시의 치료시기를 놓쳐 내원하는 안타까운 사례를 종종 볼 수 있는데요.
“약시”란 안구매체나 안저소견이 정상이고, 신경학적으로도 정상이지만,
안경으로 시력을 교정해도 시력이 개선되지 않는 상태를 말합니다.
일반적으로 시력은 태어나면서부터 만 6세 전후로 완성되며,
이러한 시기에 시력발달에 장애를 주는 질환을 조기에 교정하지 않으면,
시력이 발달하지 못하는 약시라는 질환으로 평생을 시력장애를 안고 살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약시는 시자극이 충분히 이루어져서 시력발달이 완성되어야 하는 시기에
근시, 난시, 원시 등의 굴절이상으로 인한 굴절부등, 사시 또는 형태시 결핍 등의 원인으로 인해
시자극이 부족하게 되어 시력이 발달하지 못하게 됩니다.
약시는 치료시기를 놓치면 치료할 수 없는 시각장애를 일으키지만,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충분히 치료될 수 있는 질환이기 때문에
조기 검진 및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기의 많은 어린이들은 반대쪽 눈이 정상이면 약시 증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여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어린이들이 약시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기 때문에 부모님의 조그만 관심이 매우 중요합니다.
정리하면,
어린이라고 해서 무조건 시력이 좋을 것이라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이며,
어린이가 TV를 가까이에서 보는 경향이 있거나, 눈을 찡그리고 본다거나,
또는 머리를 자꾸 옆으로 돌려 보는 등의 이상 증상을 보일 때에는 안과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처럼 어린 아이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에
발생하는 약시는 교정 시기를 놓치지 않게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아 약시로 고생하는 사람이 없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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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데?”
이 말이 정말일까요?
안경만큼 루머에 시달리는 도구도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안경에 대해 논하기 전에 먼저 ‘어떠한 경우에 안경을 쓰게 되는지?’부터 알아보겠습니다.
근본적으로 안경은 굴절이상이 있을 때 쓰게 됩니다.
“그런데 굴절이상은 뭔가요?”라고 물으실 수 있는데요. 굴절이상이란 근시, 난시, 원시, 노안 등을 통칭합니다.
쉽게 이야기하면, 굴절이상이란 초점이 잘 맞지 않는 상태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그러므로 안경은 굴절이상(근시, 난시, 원시, 노안)이 있는 눈에서 초점을 눈의 망막의 중심부에 정확히 맞추어
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력교정기구입니다.
요약하면, 초점이 잘 맞지 않아 흐리게 번져 보이는 눈에 안경을 쓰면 초점이 맞게 되어 선명하게 볼 수 있게 되는 것이지요.
자 그러면 안경은 꼭 써야 할까요??
대답은 “그때그때 달라요.”입니다.
태어나서 부터 만 6세 전후까지는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라고 말씀드린 바 있는데요.
이 기간 동안 시력 발달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굴절이상이 있을 경우에는 안경을 반드시 착용해야 약시를 예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최소한 만 3 ~ 4세경에는 안과에서 굴절이상 유무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특히 미숙아로 태어나거나, 사시가 있는 아동의 경우에는 더욱더 신경을 써 주셔야 합니다.
대체적으로 학동기 이후 아동(만 7세 이상)은 증상 유무가 중요합니다.
굴절이상으로 인해 학습활동이나 일상생활에 지장을 준다면 안경을 착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물론 가성근시(=가짜근시)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성인의 경우는 안경착용은 선택사항입니다.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질까요?”
“안경을 쓰다 말다 하면 눈이 더 나빠질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다만, 안경에 적응이 되다보면 안경을 벗었을 때 더 안 보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눈 자체가 나빠진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안경이 하는 역할은 초점거리를 조절해줄 뿐입니다.
한편, 근시의 경우 성장기(태어나서 대략 20세 정도까지)에는 도수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안경을 써서 도수가 높아지는 것이 아니라 몸이 성장하면서 눈도 성장하게 되고,
이로 인해 안구의 길이가 길어져 상대적으로 근시 도수가 높아지는 효과가 나타나는 것입니다.
이로써 ‘안경을 쓰면 눈이 더 나빠진다’는 오해는 풀렸을 것 같습니다.
이렇듯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들었을 법한 이야기들을 정리해봤는데요.
다시 한 번 정리를 하면, 시력이 발달하는 시기에는 약시를 조기에 발견하여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중요합니다.
또한 안경을 착용해야 하는 어린이임에도 불구하고,
‘안경을 착용하면 시력이 더 나빠진다’고 오해하여 자녀가 안경을 끼는 것을 꺼리는 부모님이 계시는데요.
그러한 걱정은 이제 하지 않으셔도 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