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식 후 시야가 흐려졌다면? ‘이것’ 의심
[쿠키 건강] 10년 전 라식 수술을 한 김모(33·여)씨는 지난 해 초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안과를 찾았다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을 진단 받았다. 라식 후 눈앞이 뿌옇게 흐려지는 증상이 심해졌고 조기 노안이라 생각했지만 점점 심해져 뒤늦게 병원을 찾았다. 김씨는 라식 수술로 인해 각막에 흰 점이 더 빨리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김씨의 가족 중 어머니와 오빠도 같은 질환을 진단받았다.
신정철 안산연세안과 원장은 “국내 라식 등의 시력교정술은 1990년대 후반 시작됐고, 그 당시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유전자 검사가 대중적이지 않아 라식을 받은 일부 환자 중 피해를 보는 사례가 있다”며 “최근 시력교정술 사전검사가 철저히 시행돼 부작용 걱정은 많이 줄었으나, 수십 가지가 넘는 검사가 어떤 부작용을 막는 것인지 환자 스스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시력교정술 전 각막이상 검사로 실명 막아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Avellino Corneal Dystrophy) 유전자 검사는 시력교정술 전 시행하는 검사다. 멸균된 면봉으로 구강을 긁어 환자의 DNA를 채취해 검사하며 2시간 만에 질환의 보유 여부가 확인된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1988년 이탈리아 아벨리노 지방에서 이민 온 가족에게서 처음 발견된 질환으로 염증 없이 각막에 흰 점이 생겨 서서히 앞이 보이지 않게 되는 유전 질환이다. 질환이 처음 발현되는 시기는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부모 중 한 사람에게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형접합자의 경우 60~70대까지 자신의 시력을 유지하며 큰 불편함 없이 지내기도 하지만 대체로 12세경부터 서서히 발병하며 각막에 흰 점이 퍼져 시력을 잃는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특징은 각막에 상처가 생기거나 자외선에 많이 노출될 경우 흰 점이 생기는 속도가 빨라지므로 라식이나 라섹 등 각막을 절삭하는 시력교정술은 가급적 피하는 것이 좋다.
현재까지는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근본적인 치료방법은 없다. 혼탁한 각막을 깎아 내거나 각막을 이식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하지만 각막이 두꺼울 때만 가능하고 이후 또 다시 흰 점이 생길 수 있으므로 근본적인 치료법이 될 수 없다.
◇ 아벨리노 검사법도 여러 가지, 정확도 확인해야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의 위험성이 부각되면서 유전자 검사를 시행하는 병원이 많아졌다. 현재 국내에서 라식이나 라섹 수술 전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여부를 검사하는 안과는 약 160여 곳이다.
유전자 검사는 안과 등 병원에서 전문업체에 의뢰해 진행된다. 실명과 직결된 중요한 검사인만큼 자신이 받는 검사가 임상시험을 거쳐 민감도와 특이도에 100% 정확도를 갖고 있는지 안과에 확인할 필요가 있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 환자는 국내 870명 당 1명꼴로 나타나고 있으며, 약 4만 여명 가량이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은 유전질환인 만큼 가족 중 한명에게서 발견 됐다면 가족 구성원 모두 검사를 받아 조기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신정철 원장은 “아벨리노 각막이상증이 각막의 상처와 자외선에 약한 만큼 시력교정술은 피하고 일상생활에서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나 보안경을 착용해야 한다. 주기적으로 전문의를 찾아 흰 점의 진행 상태를 파악해가며 생활 습관을 조절한다면 일상생활에는 큰 지장이 없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쿠키뉴스 김성지 기자 ohappy@kukimedia.co.kr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cul&arcid=0006857558&cp=nv